예술은 언제 시작되는가? 누군가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할 때일까? 아니면, 그 건반 위의 손이 움직이기도 전, 악보가 만들어지는 순간일까? 예술은 늘 제작과 연주 사이, 그리고 피아니스트와 비평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룬다.제작자의 손끝에서 태어난 세계예술은 무(無)에서 유(有)를 끌어내는 제작의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작곡가가 하나의 음을 선택할 때, 무대 디자이너가 조명의 각도를 조절할 때, 우리는 창조의 비밀스런 순간을 목격한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감정을 미적 대상으로 구체화한다. 예술 작품은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닌, 어떤 감정의 육화이자 선언이다.그러나, 작품은 완성되는 순간부터 해석과 감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제 연주자가 무대에 오른다.피아니스트, 연주로 말하는 철학자피아니..